"여기서 밀리면 레임덕" 조국 관철…문 대통령, 승부수냐 무리수냐

입력 2019-09-09 17:36   수정 2019-09-10 01:10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두고 숙고를 거듭하던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정면돌파를 택했다. 절반이 넘는 임명 반대 여론과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를 무릅쓰고 임명 강행이라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문 대통령은 전날까지 참모들에게 ‘법무부 장관 임명’과 ‘철회’ 두 종류의 입장문을 준비하라고 지시할 정도로 장고를 거듭했다. 청와대 참모들도 이날 오전에서야 최종 결정을 파악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취임 이래 이렇게 많은 의견을 들은 적은 없었을 것”이라며 “숙고 끝에 오늘 아침 최종 결론을 냈다”고 전했다.


조국, “사법개혁 마무리 적임자”

문 대통령이 이날 임명을 강행하면서 밝힌 표면적 이유는 원칙과 일관성, 사법개혁 적임자론 등 세 가지다. 문 대통령은 “인사청문회까지 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의혹제기에도 불구하고 정작 조 장관을 직접 겨냥한 의혹은 없지 않으냐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또 “저를 보좌해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 장관에게 마무리를 맡기고 싶다”며 국민의 이해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조 장관 임명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가치인 공정과 상충하는 부분 때문에 막판까지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번 과정을 통해 공평과 공정의 가치에 대한 국민의 요구와 평범한 국민이 느끼는 상대적 상실감을 다시 한번 절감할 수 있어 무거운 마음”이라고 밝힌 점도 이를 시사한다.

“이번에 밀리면 조기 레임덕” 우려

문 대통령이 조 장관 임명을 결심한 이면에는 “한 번 밀리면 계속 밀린다”는 여권의 강경 기류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에는 여권을 감싸는 ‘노무현 트라우마’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여권에서는 조 장관 임명 과정에서 검찰이 개입한 데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친문재인계 핵심 의원은 “인사청문회를 앞둔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검찰 수사는 명백한 정치개입으로 결코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며 “오히려 검찰 수사를 계기로 조 장관을 임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의견이 지지층 내에서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노무현 정부가 이라크 파병 등으로 핵심 지지층이 이탈한 뒤 지지율이 급락했던 학습효과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명을 철회할 경우 지지기반의 이탈로 인한 타격이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여권 내에 적지 않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반대 비율이 높았지만 조 장관을 향한 언론의 파상공세에도 찬성 비율이 37~45% 선이었던 것도 눈여겨봤다는 후문이다.

정국 돌파, 승부수 통할까

문 대통령의 ‘조국 강공 카드’가 통할지는 미지수다. 여론의 향배 못지않게 검찰 수사가 어디로 향하느냐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조 장관 배우자를 둘러싼 각종 혐의가 구체화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조 장관과 관련된 직접적 의혹이 불거진다면 문 대통령의 국정 동력 훼손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당장 조 장관 취임 이후 공정한 수사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가족이 수사대상이 되고 기소까지 된 상황에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엄정한 수사에 장애가 되거나 장관으로서 직무수행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많다는 것은 안다”고 밝힌 것도 이런 우려를 의식해서다. 문 대통령이 “검찰은 이미 엄정한 수사의지를 행동을 통해 분명하게 보여줬다”며 검찰과 법무부 장관의 역할이 다름을 강조했지만 실제 이처럼 작동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임명장 수여식에서도 조 장관을 배려해 눈길을 끌었다.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수여식을 TV로 생중계하고 문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담화로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또 과거 임명장 수여식과 달리 이날 행사에는 장관들의 배우자가 모두 불참했다. 청와대는 “사정상 배우자가 같이 못 올 때도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검찰에 기소된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상황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날 수여식은 늘상 있던 꽃다발 전달식도 생략된 채 다소 침체된 분위기에서 열렸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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